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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변해버린 사랑때문에 우린 슬퍼하고, 아파하고, 또 외로워하기도 하지만 우린 이를 통해 성장하고,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옵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2003년 일본에서 개봉해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국내개봉 2004년),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소개해 볼께요.
감독 : 이누도 잇신
배우 :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 우연히 나를 향해 굴러온 사랑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마작 게임장에는 동네에 낡은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 이야기가 화제다. 할머니(신야 에이코)는 야쿠자의 운반책으로 귀중한 물건을 유모차 안에 싣고 다닌다는 얘기, 손주의 미라를 싣고 다닌다는 얘기 등 온갖 추측이 무성하다.
개를 산책 시키러 나온 츠네오 뒤로 소문의 유모차가 언덕을 굴러 내려와 가드레일에 부딪힌다. 조심스레 다가서 유모차의 이불을 걷어낸 츠네오를 향해 유모차 안의 젊은 여자가 칼을 휘두르고, 이에 놀란 츠네오는 뒤로 넘어지고 만다. 소문이 무성했던 유모차 안에는 야쿠자의 물건도, 미라도 아닌, 할머니의 손녀가 타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조제(이케와키 치즈루).
집까지 데려다 준 츠네오에게 할머니와 조제는 식사를 대접한다. 처음엔 사양하고 싶었지만 생각지 못한 음식 맛에 츠네오는 놀란다. 음식 솜씨 뿐만 아니라 불편한 몸에도 당차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조제에게 마음이 끌린다. 그 이후로 츠네오는 조제를 찾아오고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며 가까워 진다.
| 불완전함, 사랑의 시작
할머니와 조제를 향한 사람들의 그릇된 반감을 걱정한 츠네오는 조제를 찾아와 산책을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해보지만 조제는 말을 듣지 않는다. 늙은 노모의 힘을 빌어서라도 유모차에 실려 밖을 나서는 것만이 그녀가 세상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조제를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츠네오는 유모차를 개조하고 그녀를 태워 함께 세상으로 나간다. 조제가 그토록 원하던 세상을 맘껏 보여주고 싶었다. 호기심으로 시작된건지 모르지만 조제의 곁에서 그녀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함께하며 조제에게 깊이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건 조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 츠네오에게 식사를 대접했던 것은 자신과 할머니에게 보여준 그의 호의때문이었다. 그것으로 끝났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 불쑥불쑥 찾아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츠네오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장난이고 못된 호기심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날이 많아질 수록 그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오랜만에 자신을 찾아온 츠네오에게 홧김에 돌아가라고 말하지만, 그 말에 돌아서는 그를 결국 붙잡을 수 밖에 없다. 세상에 홀로 남은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서 그는 유일한 기댈 곳이다.
어떻게 사랑의 감정이 생겨나는 것일까?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어쩌다 생겨난 호기심은 생각지 못한 감정으로 이어지기도한다. 만남이 계속될 수록 상대를 알아가게 되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란 확신이 생겨나는 순간부터 닫혀있던 마음은 열리고 솔직한 교감이 이루어진다. 자신의 불완전함과 결핍을 채우고 지금보다 더 행복한 모습을 꿈꾸게 만드는 설렘은 가슴을 뛰게 한다. 사랑의 시작이다.
츠네오와 조제는 다시 만난 순간부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사랑은 시작됐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제일 무서운 것을 보고 싶어했던 조제의 소원대로 둘은 동물원의 호랑이를 보러 가고, 할머니의 흔적이 남아 있던 집을 새롭게 정리한다. 그렇게 짧은 1년의 시간이 흐르고 둘은 겨울여행을 준비한다.
| 사랑, 달콤 쌉싸름한 맛
‘언젠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우리는 또다시 고독해지고. 그래도 마찬가지일거야. 또다시 흘러가 버린 1년의 세월만 남아 있을 뿐.’
영화 속 조제가 좋아하는 프랑수아 사강의 작품 속에 나오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조제는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았다. 언젠가 그와 헤어질 것이란 것도 짐작하고 있었다. 조제는 물고기 여관에서 마지막 인사처럼 츠네오에게 말한다.
“난 깊은 어둠 속에서 헤엄쳐 나왔어. 그곳엔 정적만이 있을 뿐이지. 외롭지도 않아. 처음부터 그랬으니까. 그냥 천천히 시간이 흐를 뿐이지. 난 두번 다시 거기로 돌아가지는 못할거야. 언젠가 네가 사라지고 나면 난 길 잃은 조개껍데기처럼 혼자 데굴데굴 굴러다니겠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아.”
사랑이 가져다 준 기쁨만큼 아픔 또한 크겠지만 누군가를 사랑했던 시간은 나를 변화시킨다. 사랑의 경험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며, 아픔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사랑은 그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다. 결국, 츠네오는 조제 곁을 떠난다. 생각보다 담담하게 둘은 이별을 맞이하지만 츠네오는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하지만 조제는 울지 않는다. 이제부터 혼자지만, 유모차는 전동휠체어로 바뀌고 누구의 도움 없이도 세상에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그가 떠난 후에도 변함없이 그녀는 식사를 준비한다.
헤어짐의 고통을 견디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지만 사랑했던 시간과 기억은 나를 성장시키고 조금 더 성숙해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게 만든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또 다시 사랑은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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