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 작품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24번째 작품이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제56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 또한 주목할만 합니다. 이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세 친구역을 숀펜(지미 마컴), 팀 로빈스(데이브 보일), 케빈 베이컨(숀 디바인)이 맡았습니다. 감독과 출연배우들만으로도 들여다볼 가치가 있는 영화. <미스틱리버>를 소개합니다.
| 세 친구에게 다가온 운명적인 사건
지미(숀펜), 데이브(팀 로빈스), 숀(케빈 베이컨)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동네 한 길에서 하키를 즐기고 있었다. 하키공이 그만 하수구 구멍으로 빠지고, 셋은 재미 삼아 공사 후 채 마르지 않은 도로 콘크리트에 자신들의 이름을 새겨 넣는다. 지미와 숀이 이름을 쓰고, 이어 데이브가 이름을 써내려 가던 순간 경찰로 보이는 한 남자가 다가와 콘크리트에 이름을 새겨 넣는 그들을 다그친다. 남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마에게 데려가 혼을 내겠다며 데이브를 차에 태운다. 하지만, 이 남자와 차안에 타고 있던 또 한명의 남자는 경찰이 아니었다. 데이브는 삼일이 지난 후 그들로부터 도망 나오지만 그 충격은 돌이킬 수 없다.
그렇게 25년이 흘렀고 세 친구의 삶은 각각 달라져 있다. 지미는 교도소 출소 후 마음을 잡고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숀은 경찰이 되었다. 데이브는 아직도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느날 19살된 지미의 딸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세 친구는 또다시 운명적인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만들어내는 비극의 인과관계
“그날, 데이브 대신 너나 내가 그 차를 탔더라면 어땠을까?”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이 작품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 성폭력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점은 정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니며, 단지 세 친구의 비극적 운명이 시작되는 중요 시점과 소재로만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성인이 되어서도 피할 수 없는 비극적인 운명으로 치닫는 세 친구의 스토리가 이 작품의 중심이 되는 스토리입니다.
지미는 강도죄로 복역한 후 범죄자의 삶을 접고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첫번째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은 그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든 이유입니다. 그런 딸이 어느 날 주검으로 발견되고, 이 사건의 담당을 친구였던 숀이 맡게 됩니다. 지미의 딸이 죽던 날밤, 데이브는 만취한 그녀의 딸을 술집에서 보게 됩니다. 그날 밤 데이브는 온몸에 피가 묻은 채로 집에 돌아오고, 놀란 아내에게 강도를 만나 싸우다 칼에 다쳤다고 말합니다.
죽은 딸의 사체를 확인하고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지미는 숀에게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뒤바꿔 놓는 다는 말을 꺼냅니다. 무슨 뜻인지를 묻는 숀에게 지미는 말합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날, 데이브가 아닌 자신이 차에 끌려갔다면 지금의 데이브처럼 망가진 인생을 살았을 것이고 죽은 딸을 낳아준 아내를 만날 수 없었을 테니 오늘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미의 이 말은 자연스럽게 신화나 우화 속 비극적인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뜻하지 않게 벌어지는 사건들이 얽히고 설키며 결국 비극적 결말을 향해 나가는 스토리는 이 영화속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감독은 바로 이점에 포커스를 맞춰 크고 작은 사건들과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배치하고, 이들 모두가 긴장감을 갖고 정해진 비극을 향해 치닫도록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명배우들의 말이 필요 없는 뛰어난 연기는 영화의 몰입감을 더욱 높여줍니다.
클린트 이스트우가 배우로서의 화려한 필모그래피가 무색할 정도로 그의 인생 후반기에 감독으로서 더욱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이 영화 또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비극적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그의 작품들에는 잘 짜여진 스토리와 인간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이 돋보입니다. 이 작품 또한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세 친구와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갖고 있는 본성과 다양한 특성들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놀던 공을 잃어버린 후 친구들에게 차를 훔쳐 운전해 보자고 얘기한 것이 지미였습니다. 마르지 않은 콘크리트 바닥에 제일 먼저 이름을 세긴 것도 지미였고, 사납게 다그치는 어른의 말에도 쉽게 주눅들지 않았던 것도 지미였습니다. 지미는 범죄자의 삶을 살았고, 강도죄로 복역 후, 죽은 아내와 딸로 인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딸의 죽음이란 비극적인 상황은 그의 본성을 다시 깨웁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마주했을 때 깊숙이 눌러두었던 본성은다시 깨어나고 가장 나답게 이 비극적인 상황에 맞서려 합니다.
어린시절 데이브가 겪은 성폭행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주었습니다. 데이브가 차에 끌려가던 때, 무력하게 바라 보기만했던 지미와 숀은 아직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사람은 바로 데이브입니다. 지금까지 그날의 기억은 데이브를 괴롭히고, 정상적인 삶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누구보다 관심 받고, 보호 받아야 할 사람이지만 누구보다 외롭고, 소외당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데이브가 처음 피를 묻혀 돌아온 날 밤 그의 아내는 데이브의 말을 믿었지만, 지미의 딸이 죽고, 데이브가 말한 사람의 부상이나 사망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의심이 확신으로 변해가던 순간 아내는 데이브로부터 그의 과거를 듣게 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아내의 믿음이 필요한 순간 데이브는 아내로 부터 버려지고, 결국, 그의 어두운 과거는 25년이 흐른 지금에도 되돌릴 수 없는 고통과 비극적인 사건을 가져옵니다.
지미와 숀 그리고 데이브는 어릴 적 사건 이후로 멀어졌습니다. 지미와 숀에게 데이브를 보는 것은 죄책감을 마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미와 데이브, 둘과의 사이를 묻는 동료 형사 와이티에게 숀은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답합니다. 이제 데이브는 지미와 숀에게 잊고 싶은 기억일 뿐입니다.
결국, 데이브의 아내와 친구인 지미, 숀, 모두는 아픈 과거로 인해 일어난 불행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족이자 친구였던 데이브를 지우려 합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감독이 인간의 본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은 잘 짜인 이야기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어우러져 한 편의 잘 쓰인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반응형
'무비&시리즈 캐비닛(Movie cabine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사랑이 우리에게 남겨주는 것 (0) | 2023.06.12 |
---|---|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기까지 (2) | 2023.06.12 |
[8월의 크리스마스] 영원히 잊히지 않을 사랑과 시간에 관한 이야기 (0) | 2023.06.12 |
[윤희에게]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0) | 2023.06.12 |
[시카리오 : 암살자들의 도시] 극도의 긴장감이 선사하는 쾌감 (1) | 2023.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