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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돌아온 슬램덩크, 그토록 애닳았던 이유
슬램덩크가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손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멈춘 줄만 알았던 이야기가 원작자의 손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것, 그 자체가 설렘이었을 것입니다. 인터넷을 떠도는 짧은 예고편과 소식들을 찾아 보며, 도대체 언제나 만날 수 있는 건지 갈수록 더해가는 조바심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에어조던과 NBA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 1990년을 시작으로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되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슬램덩크는 미완의 상태에서 1996년 연재를 종료했습니다. 아쉬움은 컸고, 분명 다시 돌아올 거라 믿으며, <배가본드>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었고, 원작의 큰 인기에 힘입어 극장판과 TV애니메이션 등으로 제작되기도했지만, 원작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살려낸 작품은 단 한편도 없었습니다. 실망감은 너무도 컸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습니다.
그렇게 잊혀져 가던 작품이 그때와 비교할 수 없는 제작기술을 등에 업고, 원작자의 손으로 다시 태어나다니 애타게 기다리게 되는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 전설의 등장
드디어, 불은 꺼졌고 새로운 산왕전이 시작됐습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은 그동안 팬들이 기다려온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The Birthday'의 'LOVE ROCKET'을 오프닝곡으로, 스케치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송태섭(미야기 료타)이 걸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원작 속의 모습 그대로. 시작부터 가슴이 벅차 오르고, 다른 멤버들도 한 명씩 등장하며 다섯의 북산(쇼호쿠) 드림팀을 완성합니다.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복귀입니다.
송태섭(미야기 료타), 정대만(미츠이 히사시), 채치수(아카기 타케노리), 서태웅(루카와 카에데), 강백호(사쿠라기 하나미치)까지 다섯 명의 오프닝 씬으로 관객과의 게임은 이미 끝났습니다. 어두운 관객석에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 원작의 작화를 넘어서는 세련된 디테일
감동은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낸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그 느낌 그대로 책 속을 나와 움직이것을 보는 것 자체가 감동입니다. 더군다나 너무나 오랜만의 만남입니다. 이전 극장판이나 TV애니메이션은 원작의 디테일하고 미려한 느낌을 살려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은 원작이 가진 사실적인 작화를 유감없이 표현해 냅니다. 개봉 전 3D기술을 적용한 것을 두고 캐릭터의 움직임이 어색하다는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합니다. 이 영화에서 작화의 디테일은 모든 것을 압도합니다. 개인적으로, 송태섭이 어릴 적 형과 함께한 드리블 연습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이 장면에서 묘사된 송태섭과 농구공의 움직임은 이 영화의 작화가 갖는 디테일과 수준이 어디에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일 것입니다. 또한, 채도를 낮춘 색채감 역시 영화에 사실감을 부여하고 원작의 느낌을 살려주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합니다.
| 오랜만에 느껴보는 스포츠영화의 감동
이 영화의 스토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산왕전을 중심으로 송태섭의 이야기가 새롭게 추가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를 두고 '다른 캐릭터들의 스토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아쉽다',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송태섭의 이야기가 너무 뻔하다'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북산 다섯명의 멤버들 중에 정대만을 제일 좋아하는 저로서도 그의 이야기가 많지 않은 부분에 대해 아쉬운 것도 사실인데요. 하지만 이점은 다른 인물들을 중심으로 두번째, 세번째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쪽으로 아쉬움을 달래봐야 할 것 같네요.
스포츠 영화의 기본 공식이자 미덕중에 하나는 주인공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픔을 극복하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내는데 있습니다. 자신의 아픔과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북산의 리더로 성장해 나가는 송태섭의 이야기는 이러한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가지만 그것이 뻔하면 어떤가요. 현실은 늘 어렵고, 힘든 일로 가득하고 내 인생에 있어 주인공은 나이기에 어려움과 아픔을 극복해 내고야 마는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에 나를 투영해 그들과 같은 성공의 카타르시를 느낄 수 있는 것 만으로 충분한 것 같네요.
| 지난날의 열정을 다시 깨우는 의식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인사를 대신할 만큼 30, 40대 아저씨들의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인 것은 아재들의 청춘이 그들과 함께 했기 때문임은 너무나도 뻔한 사실입니다.
슬램덩크는 산왕전을 끝으로 자신들에 열광하던 그때의 청춘, 지금의 아재들을 떠나 있었습니다. 그 뒤로 거의 30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아재가 되버린 그들 앞에 북산이 다시 돌아온 것입니다. 나이도 들지 않고 변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코트로 돌아와 변함없는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 뛰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극장으로 향하는 건 '나 아직 죽지 않았다'는 아재들의 선언이자 의식이기도 할 것입니다. 꼭 추억의 소환이 아니더라도 작품 그 자체만으로 너무도 완성도 있는 작품이니 꼭 한번 찾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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