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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장지에서 우연히 마주한 첫사랑
출장차 중국 사천에 도착한 동하(정우성). 첫 날 두보초당을 둘러보던 동하의 귀에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 발길을 옮기던 순간, 그 곳을 찾은 관광객을 위해 가이드를 하고 있는 메이(고원원)를 보게 된다. 유학시절 함께 했던 메이. 짧았던 사랑의 감정은 각자의 시간 속에 사라지고, 또 다시 이곳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된다.
지나온 시간은 짧지 않았고 그만큼 반가움과 설렘은 더 크다. 동하와 메이는 금새 지난 시절로 돌아간다. 동하는 메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주고, 떠날 때 자전거를 주고 왔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메이는 자전거를 탈 줄 몰랐다고 말한다. 동하는 첫 키스를 기억하는지 묻지만, 메이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한다. 지나간 기억은 때론 자신을 위해 조작된다. 누구의 말이 사실일까?
이틀의 짧은 시간은 그동안의 안부를 묻기에도 부족하다. 아직 서로의 맘속에 남아 있는 사랑의 감정은 표현조차 하지 못했다. 동하와의 짧은 만남이 아쉬운 메이는 공항으로 달려간다. 메이를 기다리며 서있는 동하. 둘은 다시 만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메이에겐 아직 동하에게 하지 못한 말이 남아있다.
|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호우시절>은 두보의 시구에 나오는 말로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라는 뜻입니다. 짧지 않은 시간의 간격을 넘어 다시 마주하게 된 그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다시 한번 사랑의 시작을 알립니다. 내리는 비를 피해 서있는 메이와 동하. 메이는 젊은 시절 시를 좋아했던 동하가 시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보낸 엽서에 답장하지 않은 이유를 동하게 묻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동하는 말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처음엔 회사를 잠깐 다니려 했어. 첫 월급 타면 그만두고 다시 글을 써야지 했는데. 다음달 월급이 들어오고, 승진을 하고, 책임질 일이 늘어나고, 갈 수록 그만두기 어려워졌어.” “처음엔 사느라 바빠서 시간이 없었고, 시간이 생겼을 때는 옆에 다른 사람이 있었어.”라고.
동하의 대답은 평범한 이들의 삶의 궤적입니다. 젊었을 땐 꿈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꿈은 사라지고 치열한 삶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가슴 터질 듯 설레고, 죽을 듯 가슴 아팠던 첫사랑의 기억도 바쁜 삶 속에 잊혀지고, 그사이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게 됩니다.
동하의 시간이 그렇게 흐르는 동안, 메이의 시간도 흘렀습니다. 뜻하지 않은 일이 가져온 깊은 슬픔은 쉽게 아물지 않습니다. 그저 흐르는 시간에 기대어 볼 뿐입니다.
그런 동하와 메이에게 다시 찾아온 우연한 만남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이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설렘 가득한 판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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