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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파란 하늘, 그 속에 높게 피어 오른 뭉게구름, 세 친구가 함께 야구를 하던 운동장, 교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과 교정의 풍경, 치아키와함께 자전거를 타던 해질녘 강변의 풍경은 한편의 수필처럼 보는 이를 그 공간 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좌충우돌 타임리프를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뜻하지 않은 감동.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소개합니다.
감독 : 호소다 마모루
| 마코토에게 찾아 온 '럭키데이'의 시작
오늘도 늦잠이다. 서둘러 집을 나서는 마코토. 아침 등굣길, 집 앞 내리막길을 자전거로 내달리는 일이 오늘만은 아니다. 학교 앞에서 만난 치아키도 마코토와 마찬가지. 지각이다 싶었는데, 서둘러 자리에 앉고 난 뒤 선생님이 들어온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건 남의 이야기. 마코토는 항상 자신의 운이 좋다고 믿는다. 하지만, ‘럭키데이’인 오늘은 평소와 다른 것 같다. 예고도 없던 수학 시험, 요리수업에선 불을 내고, 장난치는 남학생에 부딪혀 넘어지기도 한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하루다.
방과 후 걷어 놓은 과제를 옮기기 위해 과학실을 찾은 마코토. 칠판에 누군가 써 놓은 ‘Time waits for no one’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문구를 중얼거리던 중 누군가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놀라 넘어지는 마코토. 동시에 처음 보는 물체에 팔이 닿고 알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한다.
야구하러 가는 길. 치아키와 고스케에게 이 일에 관해 얘기해 보지만 둘은 관심도 없다. 야구를 끝내고 오전에 엄마가 부탁한 심부름이 생각난 마코토는 이모를 만나기 위해 서둘러 박물관으로 향한다. 급하게 자전거의 패달을 밟는 마코토. 경사진 길을 내달리는 마코토의 자전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 오늘 일어났던 이상한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철길 건널목을 통과하는 열차에 치이는 순간, 어떻게 된 일인지 언덕을 내려가던 순간으로 돌아와 있다.
마코토는 이모에게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얘기한다. 이모는 그것이 타임리프라고 설명하며, 자신도 마코토와 같은 시절에 겪어 본 일이라고 말한다. 이후 타임리프를 사용할 줄 알게된 마코토의 일상은 매일매일이 즐겁다. 그러나, 타임리프를 사용할 수록 마코토의 일상이 생각과는 다르게 꼬여만간다.
| 감성을 자극하는 서정적 묘사, 매력 넘치는 캐릭터
이 작품은 투명하고 섬세한 작화를 통해 누구나 품고 있는 푸르렀던 청춘의 기억을 서정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 초속 5cm)과 비교해 작화가 섬세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작품인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 <미래의 미라이> 등을 보면 그가 얼마나 사실적인 표현과 섬세한 채색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작화가 갖는 서정적 느낌은 개인적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을 뛰어 넘는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늑대아이>에서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집과 숲 등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묘사해 내는 섬세한 작화는 수채화와 수묵화의 느낌이 동시에 공존하며 따뜻하고 서정적인 감성을 자아냅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도 이러한 특징들이 그대로 녹아 있으며, 바로 이 점이 작품의 주된 정서를 표현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이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또 한가지 매력은 주인공인 마코토입니다. 마코토의 가장 친한 친구는 치아키와 고스케. 둘 다 남자입니다. 방과 후 그들과 야구하는 것을 좋아하고, 아침 등굣길은 매일 전쟁과 같고, 가까스로 지각을 면하는 자신이 매우 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긍정적이고 발랄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또한, 소중한 타임리프의 기회를 자신이 좋아하는 고기반찬을 먹거나,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노는 것, 친구의 첫사랑을 이어주는데 사용하는 순수함의 결정체이기도 합니다. 마코토에게 시간을 돌리고 싶은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들은 그녀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지만 소중한 것들입니다.
그런 그녀의 씩씩하고, 순수한 모습은 현실에서도 그렇듯 지켜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
칠판에 적혀 있던 ‘Time waits for no one’이란 글귀.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수 있는 타임리프로 인해 벌어 지는 이야기는 얼핏 봐도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는 아직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생각나지도 않는 주인공이 우연히 타임리프를 경험하면서 여러 일들을 겪게 되고, 이를 통해 시간의 소중함과 자신의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성장 스토리입니다.
미래와 과거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타임머신과 달리 타임루프는 과거로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타임루프를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는 이유는 지금의 상황을 바꾸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타임루프를 사용하면 할 수록 생각과는 다르게 일이 더욱 꼬여갑니다. 결국, 타임루프로 인해 달라진 현실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죠.
달라진 유일한 것은 타임루프를 경험하면서 변화한 마코토 자신입니다. 현실을 살아가면서 가끔 우리는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하고 아쉬워 할 때가 있습니다. 만약 마코토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겨 원하는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의 삶은 기대한 대로 달라질 수 있을까요? 돌아간 시간 속에서도 우리가 미처 생각치 못한 다양한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요?
결국, 미래의 나를 만드는 시간은 바로 지금에 있다고 이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영화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일 것입니다. 타임루프를 간절히 바라는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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