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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시리즈 캐비닛(Movie cabinet)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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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피기스 감독, 니콜라스 케이지, 엘리자베스 슈 주연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는 당시 영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라디오의 영화음악 채널에서 수없이 소개 되었던 영화입니다. 영화의 작품성과 두 주연배우의 탁월한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스팅의 'my one and only one'을 포함한 OST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명반입니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말하는 이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소개해 볼께요.

 

 

|  라스베가스에서 사랑을 만나다

알콜 중독으로 모든 것을 잃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 벤 샌더슨(니콜라스 케이지)은 술에 만취해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하고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로 돌아오지 않을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벤은 길거리 매춘부인 세라(엘리자베스 슈)를 만나게 된다. 인생의 밑바닥까지 추락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동질감과 연민으로 가까워지고,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된 그들은 짧은 동거를 시작한다.

 

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세라는 그를 위해 휴대용 위스키 보틀을 선물한다. 자신이 준비한 선물에 기뻐하기를 바라며 벤을 바라보는 세라의 눈빛엔 그를 향한 진심과 불안이 담겨 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감동한 벤은 세라에게 말한다. "내게 딱 맞는 여자를 만났군. 이걸 사주다니 정말 감동이야."

 

세라는 벤이 알콜중독으로 인해 자신을 떠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를 자멸의 길에서 구해낼 수 없다는걸 알고 있다. 벤의 증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건강은 급격히 악화된다. 그런 그를 바라만 봐야하는 세라의 마음은 고통스럽고 절망적이지만 그렇게라도 벤의 곁에 있고 싶다.

 

|  절망과 고통의 망각, 그리고 자기 파괴에 대한 탐닉

 

“이제는 생각도 나지 않아. 아내가 떠나서 술을 마시게 된 건지. 술을 마셔서 아내가 떠난 건지.”

 

영화는 벤이 심각한 알콜 중독에 빠져 삶의 막다른 길목에 도착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로 인해 그의 삶은 무너졌고 그의 곁엔 오직 술 밖에 남지 않은 현실만 존재할 뿐이죠. 알콜 중독이 부른 삶의 균열은 그에게 절망을 안겨주었고 그 절망은 다시 삶을 파괴시켰으며 이러한 반복은 벤의 삶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몰아갑니다.

 

아내와 아이는 떠났고, 일자리를 잃었으며 그가 가진 모든 것은 술로 인해 파괴 되고맙니다. 이러한 상황은 그에게 참을 수 없는 절망과 고통을 안겨주었고, 이를 망각하기 위해 또다시 술을 들이킵니다. 알콜 중독은 감각을 마비시키고 잠시 현실의 고통에서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그 대가로 육체와 영혼을 갉아 먹는 자기파괴적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화려한 불빛들이 끝없이 밤을 밝히고 현실을 망각한 쾌락과 수많은 욕망들이 뒤엉켜 휘청거리는 그곳, 라스베가스는 사회적 기대와 책임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기 파괴를 탐닉하려는 벤의 열망을 실현해 주는 곳입니다.

 

|  고립된 삶의 순간에 마주한 위안

세라는 오늘도 라스베가스 밤거리에 나섭니다. 자신의 육체만이 전부로 취급받는 사람. 세상으로부터 천대받는 그녀가 바라는 건 그저 한 인간으로서 존중 받는 것입니다. 벤과 처음 함께 하던 날, 꽤 많은 돈을 제안하며 벤이 세라에게 원했던 건 그와 함께 이야기 하며 곁에 있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벤이 느끼는 외로움과 세상으로부터의 소외감은 그녀에게 역시 벗어나고 싶은 굴레입니다.

 

벤의 결심은 분명합니다. 멈추지 않는 그의 자기파괴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세라는 그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둘은 함께 살아 보기로 결정하지만 벤은 세라에게 한가지 조건을 제안합니다. 자신에게 술을 끊으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것. 세라는 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알콜 중독자인 그를 위해 휴대용 위스키 보틀까지 선물합니다.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 불안한 그이지만 그런 벤과 함께 하는 순간은 매춘부 세라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위안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My One And Only Love

알콜 중독자인 벤과 매춘부 세라의 관계는 인간이 그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위안과 행복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 속 주인공이 처한 알콜 중독과 매춘부라는 현실은 그들에게 더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음을 이야기 합니다. 그들은 삶의 고통과 외로움으로 인해 부서진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며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에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세라는 말합니다. 지금까지 이토록 쉽게 누군가에게 친밀감을 느껴본 일이 없다고. 그에게 다가가는 모든 것이 너무도 쉬웠다고. 그들은 서로에게 각자가 처한 현실을 잊고 잠시나마 도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되어줍니다. 언제 어떻게 되어도 이상할 것 없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벤과 세라는 서로가 함께하는 순간을 즐기며 찰나의 행복을 만끽합니다. 그들의 관계는 서로를 구속하지 않기에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전정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눈앞에 다가오는 피할 수 없는 비극 속에서도 서로에게 느끼고 싶은 위안은, 언제나 외로움에서 벗어나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어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화려하지만 어둡고 파괴적인 이면을 갖고 있는 도시 라스베가스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오직 하나뿐이면서 유일한 사랑이되어 줍니다. 

 

이 영화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위로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말해주는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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